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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 없는 말'만 사용해서 의사소통하기 도전기

by 스티카튜터 2025. 7. 18.

말은 곧 의미일까? – ‘의미 없는 말’만으로 말하기 실험의 시작

'의미 없는 말'만 사용해서 의사소통하기 도전기
'의미 없는 말'만 사용해서 의사소통하기 도전기


말이란 무엇일까요? 그래서 오늘은 '의미 없는 말'만 사용해서 의사소통하기 도전기에 대한 글을 소개해드릴려고 합니다. 우리는 보통 언어를 ‘정보 전달 수단’으로 이해합니다. 말에는 반드시 의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말의 의미를 제거해도, 우리는 소통할 수 있을까?”

그 질문이 이 실험의 출발점이었습니다. 저는 스스로에게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하루 동안 ‘의미 없는 말’만 써서 사람들과 의사소통을 시도해보자.

‘의미 없는 말’이란 정의하기도 어렵지만, 저는 다음과 같이 기준을 세웠습니다.

사전에 등재되지 않은 단어들 (예: “다글다글”, “푸먕퐁”, “브라보차차”)

아무 의미도 없고, 맥락상도 어울리지 않는 조합의 말들

억양이나 감정은 담지만, 구체적 정보는 배제된 말
(예: “고로롱~ 바다쨩?”, “삐리뽕 날씨퐁퐁”)

이 실험의 목적은 단순히 장난을 치거나 이상한 행동을 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과연 언어는 ‘의미’ 없이도 기능할 수 있는가?
우리는 상대방과의 ‘맥락’이나 ‘표정’, ‘몸짓’만으로도 충분히 소통할 수 있을까?
이런 질문들을 실험을 통해 몸소 느껴보고 싶었던 거죠.

실험은 하루 동안 진행되었고, 규칙은 간단했습니다.

문자/말/메신저 모두 의미 없는 말만 사용

질문을 받아도 대답은 의미 없는 소리로

최대한 감정과 억양, 표정, 제스처 등 ‘비언어적 요소’는 적극 활용

가족, 친구, 동료들에게 사전에 “오늘 하루 의미 없는 말만 쓸 예정”이라고 알린 후 실험을 시작했습니다. 모두들 ‘도대체 왜?’라는 반응이었지만, 저는 단호했습니다. 그건 의미 없는 말로도 충분히 전달했죠.

“보루보루! 뿌쨔뿌쨔, 오늘은 뿌비뽕!”

그리고 바로, 말이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동시에 새로운 소통의 방식이 하나씩 떠오르기 시작했죠.

 

말이 사라진 자리, 몸과 표정과 리듬이 채우다


이 실험을 시작한 지 1시간 만에 느낀 것은, 언어란 얼마나 위대한 도구이자 동시에 얼마나 취약한 도구인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평소에는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하는 "단어"의 힘이 사라지자, 소통이 단절되는 느낌이 즉시 몰려왔죠. 대화는 끊기고, 사람들은 저를 멍하니 바라봤습니다.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바로 그 이후에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곧 적응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이상한 저’를 이해하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관찰하고 반응하기 시작했죠. 제가 “빠루뿌~ 모로링!”이라고 외치며 손을 부르르 떨면, 누군가는 “너 배고픈 거야?”라고 묻기도 했습니다. 저는 환하게 웃으며 “푸모차!”라고 말했죠.

그리고 신기하게도, 그 장면은 웃음과 함께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말이 사라진 자리에서 등장한 건 억양, 몸짓, 표정, 그리고 분위기였습니다. 언어가 의미를 잃자, 사람들은 의미를 새로 만들어내기 시작한 겁니다. 소리의 크기, 박자, 음의 높낮이 등이 감정의 뉘앙스를 전달했고, 표정과 손짓, 눈빛이 문장을 대신했습니다.

이 실험은 제게 비언어적 요소가 얼마나 강력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인지를 체감하게 해줬습니다. 특히 친한 친구들과 있을 때는 대화가 오히려 더 유쾌하고 빠르게 진행됐습니다. 왜냐하면, 서로의 습관과 감정을 이미 알고 있으니까요. 예를 들어 제가 진지한 얼굴로 “보라보라... 찌이이잉~”이라고 말하면, 친구는 “아, 또 스트레스 받았구나”라고 바로 알아차렸습니다.

재밌는 건, 이상할수록 더 주의 깊게 듣게 된다는 점입니다. 사람들은 저를 이해하려고 귀를 더 기울였고, 말보다 더 넓은 세심한 관찰이 이루어졌습니다. 이건 우리가 평소 말에 얼마나 무심한지를 반증하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말하는 ‘의사소통’은 종종 자동 응답에 가까운 무의식적 습관이지, 진정한 교감은 아니었을지도 모릅니다.

반면 모르는 사람이나 낯선 상황에서는 거의 아무 일도 되지 않았습니다. 택시기사님께 “루뿌루뿌~ 까앙!”이라고 했더니, 당연히 눈을 찌푸리셨고, 결국 저는 손가락으로 목적지를 가리키며 사과해야 했죠.
이것은 의미 없는 말이 작동하려면, 상대방의 협조와 공감, 공유된 맥락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줬습니다.

결국 우리는 언어보다도 ‘관계’와 ‘공유된 감각’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말이 없어도, 아니, 오히려 말이 없을 때 더 깊은 관찰과 반응이 오간다는 사실은 매우 인상 깊었고, 무언가 ‘본질적인 인간성’을 마주한 기분이었습니다.

 

의미 없는 말이 남긴 것들 – 언어는 필수일까, 습관일까?


하루가 끝나갈 무렵, 저는 점점 말을 하지 않는 쪽을 선택하고 있었습니다. 말이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면,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된다는 결론에 가까워졌달까요. 말하지 않아도, 고개를 끄덕이고, 손을 흔들고, 표정을 지으며, 충분히 하루를 살아낼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우리가 매일 쏟아내는 수많은 말들 속에서 정말 의미 있는 말이 얼마나 될까라는 질문이 생겼습니다.
"잘 지냈어?"라는 말, "괜찮아", "응", "그래"… 우리는 얼마나 많은 말을 습관처럼, 의미 없이 쓰고 있을까요?

아이러니하게도, ‘의미 없는 말만 하기’ 실험은 제가 평소에 얼마나 ‘의미 없는 말’을 많이 하고 있었는지를 자각하게 해줬습니다. 그리고 반대로, 정말 누군가에게 진심을 담아 “고마워”, “미안해”, “사랑해”라고 말하는 건 얼마나 드물었던가를 돌아보게 했죠.

또 하나 흥미로웠던 건, 이 실험을 통해 사람들과 웃음이 더 많이 생겼다는 것입니다. 이상한 말을 하며 주고받는 어색함이 오히려 장난과 유쾌함을 불러왔고, 그 안에서 새로운 방식의 소통과 정서적 친밀감이 생겼습니다.

사람들은 결국 ‘이해받고 싶어 하고, 연결되고 싶어 하는 존재’입니다. 언어는 그 수단이자 상징일 뿐, 본질은 의미를 주고받는 마음의 운동이 아닐까요? 의미 없는 말을 하루 종일 쓰면서도 그 안에서 감정이 오가고, 상황이 전개되고, 웃음과 다툼이 있었던 건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일 겁니다.

이 실험을 마친 후, 저는 말의 무게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언어는 정말 소중하고 강력한 도구지만, 때로는 그 언어가 우리를 가로막기도 합니다. 너무 많은 말이 때론 진심을 덮어버리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요즘은 가끔 의미 없는 말로 친구에게 말을 걸어봅니다. “푸루푸루~ 오늘 기분 어때?” 친구는 웃으며 대답하죠. “보로롱~ 완전 망했어.”
말도 안 되는 말들 사이에서, 우리는 오히려 더 진짜 같은 위로와 공감을 주고받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