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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간 번역기 없이 외국인과만 대화하기 실험기

by 스티카튜터 2025. 7. 17.

오늘은 한 달간 번역기 없이 외국인과만 대화하기 실험기에 대해서 소개해드릴 예정입니다.

 

한 달간 번역기 없이 외국인과만 대화하기 실험기
한 달간 번역기 없이 외국인과만 대화하기 실험기

 1. 번역기 없이 말해보기, 말보다 큰 도전의 시작


언어는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수단이 아닙니다. 나를 표현하고, 상대와 관계를 맺으며, 어떤 세계관을 드러내는 도구이죠. 저는 오랫동안 영어를 공부해왔고, 나름대로 회화 실력에도 자신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외국인과 말할 때면 손이 먼저 번역기부터 찾는 습관이 있었죠. 이 습관이 정말 실력 향상을 방해하고 있는 걸까? 궁금증에서 시작된 실험, 바로 “한 달간 번역기 없이 외국인과만 대화하기”입니다.

이 실험의 핵심 조건은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 번역기를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
둘째, 한국인과의 대화는 최소한으로 줄이고, 가능한 모든 대화를 외국인과만 한다. (이 경우 영어권 사람들을 중심으로 했지만,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도 포함되었습니다.)

 

처음 일주일은 정말 어렵고도 민망했습니다. 제가 말하고자 하는 문장이 떠오르지 않을 때마다 입이 얼어붙었고, 그간 얼마나 번역기에 의존해왔는지를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평소에 사소하게 넘겼던 표현들조차 번역기 없이 스스로 꺼내려니 머릿속에서 단어들이 둥둥 떠다니기만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상대방에게 "잠시만요"를 반복하며 곤란한 웃음만 흘렸죠.

하지만 바로 여기서부터 실험의 의미가 시작됩니다. 내 언어의 한계를 직면하고, 어색함을 견디는 연습. 한 문장을 완성하는 데 몇 초가 걸리더라도, 다시 설명하거나 손짓 발짓으로 이어가는 경험이 정말 강력한 훈련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말이 안 돼도 ‘포기하지 않고 소통하려는 자세’를 통해 상대방이 훨씬 더 열린 태도로 다가와준다는 사실도 알게 됐어요.

또한 이 실험은 저를 굉장히 외향적인 사람으로 변화시켰습니다. 처음엔 외국인을 어디서 만나야 할지도 몰랐지만, 언어 교환 모임, 온라인 커뮤니티, 원어민 카페, 심지어 관광객이 많은 지역의 도보 가이드 자원봉사까지 도전하게 됐습니다. 낯선 사람에게 먼저 말을 걸기란 생각보다 큰 용기가 필요했지만, 그 ‘부끄러움의 벽’을 넘고 나니 점점 더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제가 가장 많이 느낀 건 바로 “유창함보다 태도”입니다. 문법이 맞든 틀리든, 단어 선택이 정확하든 아니든, 상대가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그 마음이 전달되면 충분히 대화가 가능하다는 사실이죠. 오히려 유창하지만 기계적인 말보다, 부족하지만 진심이 담긴 말이 훨씬 더 인상 깊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2. 말이 막히는 순간, 진짜 내가 보인다


실험을 진행하면서 가장 강렬하게 기억에 남는 건 "말이 막히는 순간의 나"를 만난 경험입니다. 처음엔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 당황하고, 문장이 꼬이거나 질문을 이해하지 못해 쩔쩔맬 때마다 내 안의 자존심이 상했습니다. 마치 시험에서 틀리는 느낌, 누군가 앞에서 실수하는 느낌이 계속 반복됐어요.

하지만 그 순간순간이야말로 진짜 훈련의 시간이라는 걸 나중에서야 깨달았습니다. 말이 막히고 당황할 때, 나는 어떻게 반응하는가? 웃으며 넘기는가, 땀을 흘리며 조용해지는가, 아니면 솔직하게 “잘 모르겠어요”라고 말할 수 있는가?
이 실험은 단순한 회화 실력보다 자기 표현과 감정 조절 능력까지 훈련하게 해줬습니다.

처음엔 말이 막히면 뭔가 '내가 부족한 사람처럼 보일까' 하는 불안감이 컸습니다. 그래서 불필요하게 말을 늘이거나, 잘 모르는 내용을 대충 넘기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몇 번 그런 경험을 하고 나자, 오히려 "모르는 걸 모른다고 말하는 용기"가 진짜 커뮤니케이션의 출발점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프랑스에서 온 교환학생과의 대화였습니다. 그는 유창한 영어 사용자가 아니었고, 저도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둘 다 유창하지 않지만, 그 덕분에 훨씬 느긋하고 친근한 분위기 속에서 서로의 말을 기다려주는 여유가 생겼습니다. 오히려 ‘완벽하지 않은 말’이 만든 공감대가 있었던 거죠.

그날 이후, 저는 완벽한 문장을 만들려 애쓰는 대신, 단순하지만 명확한 말로 핵심을 전하는 연습을 시작했습니다. “I feel nervous when I speak.”처럼 짧고 직관적인 표현들이 진심을 더 잘 전달한다는 걸 알게 됐고, 덕분에 제 말의 리듬도 훨씬 자연스러워졌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내가 누구인지, 어떤 말투를 쓰는 사람인지, 어떻게 유머를 던지고 감정을 표현하는지에 대한 이해였습니다. 모국어를 떠난 낯선 언어 속에서 나는 훨씬 더 간결해지고, 더 직설적이며, 때로는 어색하지만 진심 어린 사람이 되었습니다.

 

 3. 실험 이후의 변화, 언어를 넘어선 연결


한 달간의 실험이 끝난 지금, 저는 다시 번역기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예전처럼 아무 생각 없이 손가락이 먼저 번역 앱을 누르지는 않아요. 스스로 표현할 수 있는 한 끝까지 말해보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그보다 더 놀라운 건, 이 경험이 제 언어 실력뿐만 아니라 사람을 대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어놓았다는 사실입니다.

실험 이후, 외국인을 거리에서 만나거나 온라인에서 대화를 나눌 때 “잘못 말하면 어떡하지?”보다 “이 사람은 어떤 말을 듣고 싶을까?”에 집중하게 됐습니다. 즉, 언어의 틀을 넘어 상대방을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하는 방식으로 대화하게 된 거죠.

또한, 이 한 달 동안 쌓은 소중한 인연들도 있습니다. 언어교환을 하던 친구들과는 지금도 연락을 주고받고, 서로의 나라에 대해 이야기 나누며 문화에 대한 이해도 넓어졌습니다. 단순히 말 몇 마디를 주고받는 것을 넘어, 언어가 인간관계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실감했죠.

무엇보다 제 자신에 대한 신뢰가 커졌습니다. 번역기 없이 외국어로 대화한다는 것은 마치 낯선 언덕을 자전거로 올라가는 느낌이었습니다. 숨이 차고, 중간에 포기하고 싶기도 했지만, 끝까지 올라가고 나면 스스로를 다르게 바라보게 됩니다. "나는 해냈다"는 감각, 그리고 그걸 통해 얻은 자존감은 말로 다 할 수 없죠.

그리고 지금 저는 새로운 실험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한 달간 아예 다른 나라의 ‘문화’를 흡수해보는 생활, 혹은 감정 표현만 외국어로 하기 등등. 결국 이런 실험은 나를 조금 더 낯선 환경으로 던져보며 ‘익숙한 틀에서 벗어나기’의 연속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실험을 고민하는 분들께 한 마디 덧붙이자면, 완벽할 필요는 없습니다. 틀리면서도 웃을 수 있는 용기, 모를 때 물어볼 수 있는 태도, 말이 막혔을 때도 기다릴 줄 아는 마음이 있다면, 당신은 이미 세계와 연결될 준비가 된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