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경제성 – 10개 단어로 나를 표현하기
‘하루에 10개 단어만 쓰기’라는 실험을 시작하기 전, 나는 많은 말을 쓰는 사람이라 자부했다. 나에게 있어 언어는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도구였고, 그만큼 ‘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다. 누군가와 대화할 때면, 이야기를 중단하거나 단어를 아끼는 일은 상상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 실험을 통해 나는 나의 언어 사용 패턴을 점검하고, 언어가 얼마나 ‘비효율적’일 수 있는지 경험하게 될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실험 첫날, 나는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어렵고 불편한 시간을 보냈다. 오전에 일어나 첫 단어를 생각할 때부터 고민이 시작됐다. 매일같이 사용하는 표현들, 특히 “아침을 먹었다”, “오늘 날씨가 좋다”, “오늘은 조금 피곤하다” 등의 흔한 문장들은 이미 내게 너무 많고 당연한 단어들로 자리잡혀 있었다. 그런데 하룻동안 단어 10개만 쓰기로 하니, 불필요한 말을 줄여야 한다는 부담이 순간순간 나를 짓누르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나는 단어의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하게 되었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도 “일어나서 커피를 마셨다”라는 문장을 어떻게 다듬을까 고민했지만, 단어를 하나만 선택해야 했다. 결국, 나는 “커피”라는 단어를 선택했다. 그 하나의 단어로, 아침을 맞이하는 일상을 간접적으로 표현한 셈이다. 나의 하루는 단어 하나에 집중되면서, 갑자기 모든 것이 단순화되었다.
처음에는 너무 많은 것들이 생략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그 생략 속에서 나는 ‘단어의 가치’를 새롭게 느끼기 시작했다. 예전 같으면 아무 생각 없이 덧붙였을 문장들이, 단어 하나에 더 깊이 있는 의미를 담도록 강요하게 만들었다. 예를 들어, “아침에 일어났다”라는 문장을 쓰기 위해서는, 나는 단어를 아끼면서 그 의미가 더욱 명확하게 다가올 수 있도록 고민했다. 이는 내게 말을 고르는 과정에서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고, 그만큼 내 말이 ‘내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음을 깨달았다.
나의 의사소통에서 벗어나는 순간, 언어는 더 이상 단순한 일상적인 도구가 아니었다. 말은 더 이상 그냥 시간을 때우거나 생각을 흘려보내는 게 아니라, 내 감정, 생각, 기분을 선택적으로 표현하는 중요한 매개체가 되었다.
이 실험이 시작된 지 며칠 후, 나는 더 이상 단어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게 되었다. 사실, ‘10개 단어로 충분히 나를 표현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게 되었고, 나는 점차 내 언어의 경제성을 느낄 수 있었다. 불필요한 말을 줄여가며, 10개의 단어로 하루를 어떻게 요약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나를 더 집중하게 만들었다.
침묵의 의미 – 말하지 않음으로써 알게 된 것
‘하루에 10개 단어만 쓰기’라는 제약 속에서 침묵은 의외로 큰 의미를 가졌다. 내가 평소에는 말로 표현했던 것들을 글로 담기 위해서는, 말하지 않음이 주는 효과를 깊이 생각하게 됐다. 일상에서 나는 말을 너무 많이 했던 것은 아닌지, 너무 자주 의사소통을 위해 대화를 시도했었던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되었다.
첫 며칠간은 말이 부족한 것 같아 불안감도 느꼈다. 중요한 대화에서 할 말이 부족한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었고, 특히 사람들과의 소통에서 불편함을 많이 겪었다. 예를 들어, 직장에서 동료가 나에게 질문을 했을 때, 나는 단어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애매하게 대답할 때가 많았다.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라는 질문에, 나는 “그것은… ”이라고 말하며 생각을 끊고 망설였다.
그리고 그 침묵의 순간이 찾아왔다. 몇 초간의 정적 속에서 나는 단어를 채우려는 강박을 잠시 내려놓고, 대신 생각을 다듬었다. 잠깐의 침묵 속에서 나는 상대방이 내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그 시간 동안 말이 없이도 의사소통을 이어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 말은 불완전하지만, 침묵은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만들었고, 그 사이에 생긴 공백은 나의 언어를 더 깊이 있게 만들었다.
‘하루에 단어 10개’ 실험이 진행됨에 따라, 내가 말을 하지 않으면 상대방이 더 많은 부분을 상상하고 해석하는 능력이 커진다는 점도 알게 되었다. 말하지 않음으로써 대화가 더 풍부해졌고, 나는 의사소통의 깊이를 새롭게 경험했다. 말을 많이 하면 할수록, 자칫 깊이 없는 대화나 의미 없는 말들이 나와 상대방을 지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 나는 ‘말’이 아닌 침묵의 시간을 존중하게 되었다.
이 실험을 통해 나는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얼마나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는지, 그리고 침묵이 오히려 진정성과 깊이를 더해주는 순간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또한, 내게 주어진 말의 수가 제한되어 있으니, 말할 때마다 더 신중하게 선택하고 정말 중요한 것만 말하려는 태도가 생겼다.
말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다 – 언어의 새로운 시각
이 실험의 마지막 날, 나는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단어의 개수에 제약을 두는 것이 단지 말하는 것에 대한 제약이 아니라, 내가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감정을 표현할 것인가에 대한 선택의 자유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실험을 통해 말이란 단순히 의사소통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나의 사고방식과 감정을 표현하는 중요한 창구임을 알게 되었다.
하루에 10개 단어만 쓰기로 하자, 나는 말을 아끼는 방법, 말을 선택하는 기준을 달리할 수밖에 없었다. 예전에는 너무 쉽게 입 밖에 내던 말들이, 이제는 진정으로 나의 생각과 감정을 담을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어떤 말은 쉽게 생각이 떠올라서 내뱉었지만, 이제는 그 말 하나가 나를 드러내는 중요한 순간이 되었다.
실험이 끝나갈 무렵, 나는 대화에서 단어를 아끼게 되면서 더 집중력 있게 들을 수 있게 되었다. 말할 수 있는 기회가 제한되어 있으니, 상대방의 말 하나하나가 더 소중하게 느껴졌다. 그동안 내가 얼마나 말을 하기 전에 상대의 말을 듣지 않고 끊었던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실험을 통해 나는 의사소통에서 '말하는 것'과 '듣는 것' 사이의 균형을 찾게 되었다.
단어 10개로 하루를 보내는 실험은 단지 ‘절제’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언어를 통해 나의 삶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과정이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는 내 언어의 힘, 나의 말을 고르고 선별하는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배웠다.